추미애 "공소장 공개방법 논의 필요…국민알권리 차원"
추미애 "공소장 공개방법 논의 필요…국민알권리 차원"
  • 김세영 기자
  • 승인 2020.02.0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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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향해 강조 '절차적 정의' 재차 언급
"익숙한 관행 벗어나야"…언론에 당부도
6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서울 고검에 별도로 마련된 법무부 대변인실 의정관 개소식에 참석해 공소장 비공개 결정과 관련
6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서울 고검에 별도로 마련된 법무부 대변인실 의정관 개소식에 참석해 공소장 비공개 결정과 관련 "고위 공직자이기 때문에 높은 관심 속에서 사전 예단(豫斷)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 공소장 논란이 뜨겁다. 지난달 29일, 검찰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송철호 울산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피의자 13명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검찰 기소 이후 세간의 이목은 이들의 공소장에 쏠렸다. 법무부는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정부·여당 인사만 관여되면 인권개선 등을 이유로 법무부가 관행개선에 나서면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6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서울 고검에 별도로 마련된 법무부 대변인실 의정관 개소식에 참석해 공소장 비공개 결정과 관련 "고위 공직자이기 때문에 높은 관심 속에서 사전 예단(豫斷)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날 추 장관은 "(의정관) 이름 그대로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바른 것인지, 그러한 길을 함께 찾는데 서로 숙의를 해보자"며 소감을 전했다. 이후 추 장관은 법무부 실·국장들이 다수 참여한 가운데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현안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추 장관은 '청와대 선거 개입' 사건 공소장부터 비공개 원칙을 적용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번에 한해 하지 말고, 다음에 한다는 것은 안 한다는 것과 똑같다"며 "피의사실 공표금지라는 규정이 사문화돼있는 것을 제대로 살려내야 한다는 반성적인 고려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국 전 장관은 본인이 마치 이해관계자처럼 돼 제대로 (이 규정을) 못했다"며 "이번에 나쁜 관행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에 정치적인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법무부 내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감당해내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추 장관은 '절차적 정의'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일 신임검사 임관식 및 전입검사 신고식에서도 소환조사 없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한 검찰에 '절차적 정의'를 언급한 바 있다.

추 장관은 "법원에서 공판 절차가 개시된 이후 국민의 알 권리가 충족돼야 한다면 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공개할 수 있다"며 "절차적 정의를 지켜야 형사사법정의를 지킬 수 있고 진실 발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진 지 엿새만인 4일에서야 '공소장 요약본'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무부가 제출한 요약본은 검찰이 지난해 12월부터 준수한 형사사건 공보 규칙에 따른 보도자료와 비슷한 내용이다.

검찰이 제공한 송철호 울산시장 기소 보도자료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송철호 시장 공소장 요약본 중

법무부 훈령에 따라 국회에 공소장 요약본을 제출했다.  형사피고인의 재판 받을 권리 등 피의자의 인권은 헌법적 가치에 준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한 야당 의원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며 "공소장을 이런 식으로 감춘다면 그것은 공정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법무부의 공소장 제출 거부 결정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내놨다.

참여연대는 "현직 울산시장 등 10명이 넘는 고위공직자가 선거에 개입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중대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으로 국민의 관심이 크다"며 "국민의 알 권리와 이 사건에 대해 판단할 기회를 제약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전직 주요 공직자가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사건 관계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나 피의사실 공표 우려가 국민의 알 권리보다 중요하다고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기소된 사안인 만큼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보호는 법무부가 아니라 재판부의 역할이다"며 "국회와 국민에게 공개해 사건의 실체는 물론 검찰 수사 자체에 대해서도 국민이 직접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의 공소장 제출은 통상 국민의 관심이 큰 사건에 의해 이뤄지는 데다가, 고위 공직자 등에 관한 공소장이 주로 제출되기 때문에 공소장 원문 제출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법무부가 훈령으로 상위 규정인 국회법을 거부할 수 없다고도 밝혔다.

국회는 국회법 제128조와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4조를 근거로 공소장 등을 제출받아 왔습니다. 국회법 제128조는 본회의,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는 그 의결로 정부와 행정기관 등에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4조는 국가기관이 서류 등의 제출을 국회로부터 요구받은 경우 군사ㆍ외교ㆍ대북 관계 등에 관한 기밀 사항을 제외하곤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도 인터넷 개시

공소장은 헌법상 공개재판 원칙에 따라 공판 개시시점부터 공개된다. 공소장은 검찰이 법원에 공소사실을 적시해 혐의가 성립하는지 판단해달라는 문서이기 때문.

미국 법무부의 경우, 주요 사건의 공소장을 익명처리하지 않고 PDF파일로 전문을 대중에게 공개한다. 이날 부결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 탄핵심판에 앞서 심리를 했던 하원은 정보당국 내 내부고발자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소장을 공개하지 않는 미 법무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내부고발자의 고발장은 결국 상·하원 정보위원장에 대한 서신 형태로 공개됐다. 일부 내용은 국가 보안을 이유로 검은색으로 지워졌다.